끄적끄적 깨작깨작

육법전서와 혁명 - 김수영 님

섭소천 2012. 11. 6. 20:19

기성 육법전서를 기준으로 하고

혁멍을 바라는 자는 바보다

혁명이란

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할 터 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

불쌍한 백성들아

불쌍한 것은 그대들뿐이다

천국이 온다고 바라고 있는 그대들뿐이다

최소한도로

자유당이 감행한 정도의 불법을

혁명정부가 구육법전서를 떠나서

합법적으로 불법을 해도 될까 말까 한 혁명을-

불쌍한 것은 이래저래 그대들뿐이다

그놈들이 배불리 먹고 있을 때도

고생한 것은 그대들이고

그놈들이 망하고 난 후에도 진짜 곯고 있는 것은

그대들인데

불쌍한 그대들은 천국이 온다고 바라고 있다

그놈들은 털끝만치도 다치지 않고 있다

보라 항간에 금값이 오르고 있는 것을

그놈들은 털끝만치도 다치지 않으려고

바둥거리고 있다

보라 금값이 갑자기 8,900환이다

달걀값은 여전히 영하 28환인데

 

이래도

그대들은 유구한 공서양속(公序良俗) 정신으로

위정자가 다 잘해 줄 줄 알고만 있다

순진한 학생들

점은 학자님들

체면을 세우는 문인들

너무나 투쟁적인 신문들의 보좌를 받고

 

아아 새까맣게 손때 묻은 육법전서가

표준이 되는 한

나의 손등에 장을 지져라

4.26 혁명은 혁명이 될 수 없다

차라리

혁명이란 말을 걷어치워라

하기야

혁명이란 단자는 학생들의 선언문하고

신문하고

열에 뜬 시인들이 속이 허해서

쓰는 말밖에는 아니 되지만

그보다도 창자가 더 메마른 저들은

더 이상 속이지 말아라

혁명의 육법전서는 <혁명>밖에는 없으니까

 

                                                                                                                                    1960. 5.25

 

 

 

오늘 김지하 시인의 기사를 보고 갑자기 김수영 시인의 이 시가 떠올랐다.

타는 목마름으로를 들으며 그 시대를 겪은 건 아니지만 가슴이 뜨거워지며 많은 생각을 던져준 김지하시인이의 변절,세월이 그를 그렇게 만든것인지 아님 단지 그도 그저 위의 시처럼 체면을 세우는 문인중에 하나였는지도 모르지만 그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로 인해 김수영 그의 이른 죽음은 나를 다시 안타깝게 만든다

아무도 제대로 된 소리를 내려하지 않고 들으려하지 않는 요즘같은때 그의 거친 시가 그리운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요새 정치행태를 보면 다들 말장난에 여론에 놀아나는 철없는 댓글들뿐

매일같이 늘어가는 삭막한 사회기사면과 착박한 현실을 보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같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건 알지만 용기없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가여운 민초들

하긴 나도 그 민초중에 하나구나

작은 불씨가 타올라도 금방 소화되어버린다.

그 불씨를 크게 할 열정들이 용기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