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서는 기분은 늘 한결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심식사를 할 시간에 출근을 하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에 퇴근을 하는 행위의 반복과 이처럼 명절이 낀 휴일에도
근무를 하러 나서는, 어쩌면 내게는 숙명같은 이 길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년이던가.
출근길엔 회색 물감을 멋대로 풀어 놓은듯한 잔뜩 흐린 구름들이 떠있고 불투명한 하늘 뒤에 숨은
겨울 해는 희미한 자태로 아스팔트를 비추고 있다. 너무 건조한 날씨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지만
세상을 촉촉히 적셔줄 비는 오지 않는다. 비는 세상만 적시는게 아니라 메마른 가슴도 적신다.
오랜 세월이 흐른것도 아닌데 붉은 녹이 가득 맺혀있는 철길위로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기차가 지나간다,
도로를 양옆으로 감싸며 묵묵히 자리잡은 나지막한 산등성이엔 군데군데 아직도 하얗게 잔설이 쌓여있고
음지쪽의 눈 덮인 산에 비스듬한 경사를 이루며 마치 화살처럼 뾰족하게 발을 담구고 서있는 겨울나무들.
한철 풍요로운 녹음을 이루며 바람에 흔들리던 수많은 잎들은 이제 흔적도 없고 뼈만 앙상히 남은듯한
모습의 마른 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는 까치집을 보자니 그 또한 왠지 쓸쓸해 보인다. 겨울풍경은 아련하다.
이처럼 몇 년 동안 같은 길을 셀 수 없이 왕복하며 이제는 눈을 감고 달려도 될 만큼 익숙해졌건만
어김없이 한달에 한두장 씩은 과속 단속에 적발되었다는 통지서가 날라온다.
그건 사실 음악 때문이다. 음악에 온통 정신을 뺏기며 가끔 무아지경에 빠져 차를 몰다가
카메라가 있는 위치를 망각하고 빠르게 요동치는 리듬과 비트에 맞추어 엑셀레이터를 밟은 적이 한두번 이던가.
생각해보면 한심스런 일이긴 하지만 그게 싫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건 더욱 견디기 어렵다.
한달 가까이 블로그를 놓고 지내다 보니 이젠 글쓰기가 어렵다. 오랫동안 굳게 문을 잠근채
소식을 알길 없는 많은 분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무슨 일이든 한번 지구력이 떨어지면
그동안 지녀왔던 열정과 관심속으로 자신을 다시 던진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란걸 깨닫게 되었다.
얼마전 이 블로그 개설 1000일을 맞으면서 많은 분들의 축하도 받았고 짧지 않은 시간속에
내면의 심연을 향한 내게로가는 旅行을 통해 삶의 소중한 감성을 경험하게 된건 진정 축복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러한 행복과 충만감도 잠시,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허전함과 의욕의 상실감이 문득 닥쳐왔다.
글과 음악속에 나는 끊임없이 비밀스런 꿈을 꾸어왔고 꿈을 꾸지 않는 자는 이미 죽은 자라는 생각을 지녀왔는데
이미 너무 많은 꿈을 꾸어버린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설렘도 감동도 좀처럼 찾아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무감각해지는 듯한 자신의 감성에 대한 회의마저 일어났다.
그리하여 바쁘다는 핑계로 두문불출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보잘것 없는 이 공간을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그건 예의가 아니었다.
더우기 긴 시간은 아니지만 블로그를 꾸려가다 보니 마치 오래된 벗처럼 느껴지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사실 그분들께
명절 인사도 못드리고 지나간건 좀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자리를 빌어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Hello again.. 이곡을 부른 토미 볼린은 1951년 8월 1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났다.
연주속에 정통 하드락과 블루스락 그리고 재즈적 요소까지 가미했던 독특한 기타리스트였으며
기타 외에도 보컬이나 작곡등에서 놀라운 음악적 감성과 재능을 지녔던 그였지만
다양한 음악세계의 변화를 모색한 때문인지 정착하지 못하고 철새처럼 이곳저곳의 밴드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리치블랙모어의 후임으로 한때 전설적인 그룹 딥퍼플의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하였는데 워낙 불세출의 인물인
리치의 후광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파워풀하고 전광석화 같은 헤비메탈 기타연주에
열광하던 당시 세대에게는 Tommy의 재즈적 색채의 기타 연주가 그리 맘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요절한 뮤지션들처럼 그는 아쉽게도 76년 약물중독으로 사망하였는데 당시 그의 나이 겨우 25세였다.
75년과 76년에 그가 남긴 단 두장의 솔로 앨범중 1집인 Teaser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곡인 Savannah Woman 이 담겨있고
Hello again 이곡은 76년에 발표된 그의 두번째 솔로앨범인 Private Eyes 에 수록된 곡이다.
쓸쓸하고 우울하게 들리지만 한곳에 멈추어 서지 않는 바람처럼 혹은 세상을 유랑하는 집시처럼
자유롭고 깊이있는 그의 고독한 감성이 잘 표현된 멋진 곡이란 생각이다.
어쨌든..모두들 잘 지내셨는지..
( And by the way, Hello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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